지난 수요일 밤 11시쯤, 블로그 메일함에 A4 한 장 분량의 긴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무주택 8년 차 맞벌이 부부라는 독자분이었는데, 내년 3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서울 집값이 이렇게 올랐는데 지금 사면 상투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답장에 가격 얘기 대신 서울 입주물량 숫자부터 적었습니다. 지금 시장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심리가 아니라 공급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2027년 입주물량, 적정치의 3분의 1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7,158호로 이미 평년을 크게 밑돕니다. 그런데 2027년에는 1만7,197호로 다시 줄어듭니다. 서울의 연간 적정 입주물량이 통상 4만5,000호 안팎으로 평가되니, 적정치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아파트는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4~5년이 걸리는 상품이라 이 공백은 단기간에 메워지지 않습니다. 제가 이 공급 부족 국면이 최소 2029년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근거입니다.
반면 경기도는 2026년 6만2,893호에서 2027년 8만3,169호로 오히려 늘어납니다. 서울과 경기의 온도 차가 커진다는 뜻이고, 이 차이는 뒤에 말씀드릴 갈아타기 판단에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무주택자 — 상투보다 무서운 것은 전세난
입주가 줄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매매가 아니라 전세입니다. 신축 입주장이 없으면 전세 매물이 마르고,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를 아래에서 밀어 올립니다. 메일을 주신 부부처럼 내년 봄 만기를 앞둔 세입자라면 "집값이 떨어질까"보다 "보증금을 얼마나 올려줘야 할까"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국면입니다. 다만 지금 사라는 말이 아무 집이나 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순서는 분명합니다.
1. 상환 가능한 대출 한도를 먼저 확인한다 — 6·27 이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한도 자체가 벽이므로, 스트레스 DSR 계산기로 소득 기준 한도부터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2. 한도 안에서 갈 수 있는 지역을 두세 곳으로 좁힌다.
3. 호가가 아니라 실제 신고된 거래가로 검증한다 —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최근 실거래는 실거래 판독기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주택자 — 갈아타기는 가격 차이로 판단
갈아타기의 적기는 집값이 쌀 때가 아니라 내 집과 상급지의 가격 차이가 좁혀져 있을 때입니다. 공급 부족장에서는 상급지가 먼저, 더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어 기다릴수록 격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보유 주택의 시세가 회복돼 있다면, 매도와 매수를 같은 시장 국면에서 끝내는 것이 격차를 고정하는 방법입니다.